곤륜(崑崙)은 소리 없이 눈물 흘린다.
사천(四川)의 남중부 당가타(唐家陀).
별들이 소곤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시원하고 조용한 밤이다. 곤륜에서 발원하여 사천 남부를 관통하고 종국에는 중원을
남북으로 가르는 장강의 도도한 물줄기마저도 조용히 흘러간다.
어둠 속에서 일노일소(一老一少)가 나타나 천지의 정적을 깼다.
“반선(半仙) 어르신! 분명히 손자 분이 이 근처에 사시긴 사십니까?”
빛바래고 헐렁한 도포차림에 등에 검을 진 소년이 의심스럽다는 어조로 물었다. 그 목소리가 아직 앳되어 아무리 많이 봐주어도
열대여섯 이상으로 보아주기는 힘들었다.
“잠깐만 있어봐, 인석아.”
파의에 가까운 도포를 입고 바랑을 멘 노도인이 안력을 돋워 장강을 살폈다. 소년이 입술을 삐죽이며 노도인처럼 장강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년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또 다른 은하수가 펼쳐진 장강의 검은 물결뿐이었다.
“쳇! 여기에 뭐가 있다고.”
그때 노도인이 망망한 장강을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