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유온(勒有溫)은 피를 콸콸 쏟고 있는 십사오 세의 소년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반듯한 이마에 짙은 검미(劍眉),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린 채 마지막 호흡을 몰아쉬고 있는
소년은 자신의 신분을 대파산(大巴山) 천마채(天馬寨)의 소채주(少寨主)로 밝혔다.
그는 공동( ) 제자들의 공격에 맞서 겁 없이 낭아곤(狼牙棍)을 휘두르다 죽음을 앞두게 된
것이다.
대파산 천마채주 진균(陳均)은 무산(巫山)의 석정덕(石正德), 육반산(六盤山)의 왕홍(王洪)과
함께 녹림삼호(綠林三豪)로 불려지는 인물이다.
공동을 비롯한 화산(華山), 종남(終南), 서북지역(西北地域) 삼파(三派)는 그들의 기세가 날
로 치솟자 먼저 대파산 천마채에 대한 급습을 시작으로 녹림삼호를 소탕하려 했다.
화산과 종남파는 대파산 남면(南面)의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천마채를 공격해 갔고 공동파
는 가파른 북면(北面)을 오르며 천마채의 퇴로(退路)를 막았다.
늑유온은 바로 북면을 오르는 공동파의 제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는 공동의 제자들을 재
촉하며 산을 오르던 중 화산, 종남파에 쫓겨 퇴로를 찾던 소년과 조우한 것이다.
소년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로 이어지는 긴 검흔(劍痕)은 늑유온의 작품이다.
아무리 흉맹이 자자한 진균의 씨라 하나 상대는 애송이다.
늑유온은 소년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소년의 낭아곤은 극악(極惡)하여 살기(殺氣)로 가득차 있었다. 소년의 악랄한 초식에
분노한 그는 결국 공동의 절예(絶藝) 휘검낙일(揮劍落日)로 소년을 갈라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