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무심코 길을 가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그저 평온하게만 보이던 대로상(大路上)에서 느닷없이 한 줄기의 새
파란 검광(劍光)이 서릿발처럼 피어오르더니, 놀랍고 끔찍스럽게도 허공에
시뻘건 선혈을 솟구쳐 올리면서 사위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여 놓았다.
"으아아악……!"
비명을 지른 것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펄펄하게 살아서 숨을 쉬었을 것이 분명한 한 사
람의 수급 하나가 피를 뿌리며 허공으로 훌훌 날아 오르고, 졸지에 그 광경
을 보게 되자 그 주변에서 무심코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수많은 행인(行人)
들은 일제히 안색이 대변하고 경악하여 크게 아우성을 치며 사방으로 흩어
지기 시작했다.
"헉……!사, 살인이닷……!"
---검(劍).
잔인스럽게도 사람의 목을 마치 무처럼 베어 버린 그 피묻은 장검의 검날은
이어 다른 누구의 목을 노리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쾅……!
갑자기 요란한 굉음이 장내를 진동시키는 가운데, 살인이 벌어진 장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한 주루의 앞문이 마치 부서질 듯이 거
칠게 열리더니, 곧이어 그 안에서 맹렬한 고함과 함께 일진의 사람들이 마
치 날벼락처럼 쏟아져 나와 방금 전의 그 살인자(殺人者)를 향해 달려들었
다.
"죽여랏---! 마귀(魔鬼)놈을 놓치지 마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