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인이 유대야와의 오랜 관계를 강조하고 있을 때 유철상은
계산대에 놓인 보자기를 끌어 당겨서 풀기 시작했다.
세 겹이나 단단하게 싸맨 보자기 안에는 손바닥 만한 종이
뭉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들고 종이를 풀어내던 유철상의 눈썹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푸른색 옥(玉)이 불상(佛像)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며,
손바닥을 타고 싸늘한 한기가 올라온 것이다.
'한옥(寒玉)이로군!'
마음속의 중얼거림과는 달리 그의 눈길은 신중하기만 했다.
옥불상은 모두 열여덟 개로, 아홉개는 한옥이고 나머지 반은
따듯한 기운을 내는 붉은색 온옥(溫玉)이었다.
온옥과 한옥은 지심(地深) 깊은 곳에서 생성 되는 것으로,
스스로 음한지기(陰寒之氣)와 열양지기(熱陽之氣)를 내는
묘용(妙用)이 있었다.
이것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혈(氣血)이 좋아지고 원기(元氣)가 왕성해져서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효능이 있었다.
발가벗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불상들의 몸에는 미세한 선이
그려져 있었다.
불상의 자세와 표정이 모두 틀리고 세공(細工)이 아주
정교해서, 한눈에 보기에도 명품(名品)임을 알 수 있었다.
한옥과 온옥이라면 매우 귀한 것이어서 거액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정도의 정교한 세공이라면 더욱 값어치가 나갔다.
그는 하나하나 세밀(細密)하게 관찰한 후 불상을 내려 놓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얼마를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