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룡장
담장 밖으로 살짝 나온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몇 장의 붉은 잎사
귀를 떨구어 냈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떨어지던 잎사귀는 담장에 찰싹 달
라붙은 담쟁이의 잎과 살짝 부딪쳤다가 다시금 떨어져 내렸다.
사브락! 사브락! 떨어지는 잎사귀 너머로 담벼락을 따라 경쾌한 발놀림
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하얀 피풍의 안쪽으로 빛
바랜 청의를 입은 사내였다. 이목구비가 수려한 청년은 낙엽을 밟는 경쾌
한 발놀림처럼 그의 무장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허리에 매어진 검은 가죽
띠 오른쪽으로 신발 목을 툭툭 건드릴만큼 긴 장검이, 왼쪽으로는 무릎까
지 내려오는 단봉 세 개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의 발걸음을 방해할 만한
것들이었으나 매우 익숙해 있는지 전혀 움직임는데 지장을 주지 않았다.
휘이-잉! 청년의 곁으로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얇고 하얀
피풍의가 날리며 바람을 탄 잎사귀들을 살짝 흔들었다. 그 중 하나가 청년
의 단정하고 시원스런 이마를 덮은 푸른 건 위에 잠시 머물렀다 코를 타고
흘러 내렸다. 그 순간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렀고, 낙엽은 다시 바람
에 실려 떠나갔다. 담을 따라 걸은지 얼마후, 웅장한 정문이 그 모습을 드
러내었다. 날아갈 듯한 문 위로 '청룡장(靑龍莊)'이란 글자가 깊이 새겨진
검은 대리석 현판이 드러났다.
현판 아래로 두 명의 무사가 지켜 서 있었다. 그들의 복장도 이 청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청년을 보자 가볍게 읍했다.
"소당주님 잘 다녀 오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