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장 . 내 아버지는 산적이었다.
내 아버지는 산적이었다.
키가 여덟 자에(주, 여기서는 대략 24cm인 옛날의 기준에 따릅니다.) 입은 옆으로 찢어지고 눈은 아래위로 부리부리했다. 드러난 살갗마다 굽실거리는 털이 가득했고,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온통 얼굴을 덮어 보기에도 산도둑처럼 생긴 그런 산적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 시꺼먼 쇠몽둥이 하나를 들고 나가서 저녁이면 손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렁주렁 매달고 오곤 하였다.
아버지는 마음이 여렸다.
늑대가 잡아먹은 토끼의 시체라도 볼 량이면 마음이 아파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며칠이고 집안에 박혀 있곤 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그런 여린 면에 반하여, 아버지를 따라 집을 도망쳐 나오셨다고 들었다.
두 분은 낯선 타향에 자리잡고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알콩달콩 살다가 나를 낳게 되었는데, 내가 재수 없는 놈이라 그런지 나를 낳다가 어머니는 그만 크게 병이 드셨다고 한다.
한 해를 쉬엄쉬엄 앓으시다가 내가 돌이 되던 날 주무시듯 편안히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겨울이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울지 않고 말없이 삽을 들고 무덤 자리를 파셨는데 삽이 부러지자 그때부터는 맨손으로 땅을 파셨다고 한다.
손톱이 부러지고 살에 헤어져 피가 철철 흘렀고, 그래서 아버지가 파낸 흙은 온통 붉은 색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는 멈추지 않으셨다.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으셨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셨다고 들었다.
어머니를 땅에 묻고 무덤을 만든 다음에, 겨우 아장 걸음을 시작하는 나를 안고 다시 나온 아버지는 그제서야 땅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그 큰 입에서 흘러나온 울음소리는 너무나 구슬프게 마을 전체에 퍼져, 듣는 사람들도 모두 옷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