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해경거인(海鯨鉅人)
망망대해(茫茫大海). 보이는 것은 온통 푸른색이다. 다만 수
평선과 드문드문 깔린 솜털구름이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말
해줄 뿐이다.
그 단색의 세계를 가로질러 배 한 척이 외로이 떠가고있었
다.
배는 넓은 바다를 왕래하는 여객선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선은 더욱 아니었다. 배는 일반적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것
과는 달리 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여객선이라기엔 배 자체가
너무 작았을 뿐만 아니라 객실도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어선
이라고 보기엔 있어야될 것이 없고 없어야될 것이 있었다. 어
떤 어구(漁具)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그랬고 기형적으로 넓
은 선미(船尾) 갑판에 있는 붙박이 탁자와 의자, 그리고 그것
의 위를 가린 나무를 공 들여 깎아 만든 목차양(木遮陽)이 그
랬다.
바다에서 이런 종류의 배를 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
다. 왜냐하면 이 배는 강안(江岸)이나 해안(海岸)을 돌며 유람
객을 태워주는 연안유객선(沿岸遊客船)이기 때문이다. 연안유
객선이라고 대해에 나오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보통의 경우
그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배가 작은 것도 그랬지만
구조 자체가 대해의 풍랑과 물길을 견디고 헤쳐갈 능력이 없
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배는 좀 달랐다. 유객선의 외양을 가지고있긴 했
지만 배는 굵은 원목을 짜 맞춘 것으로 탄탄하기 그지없었고
솜씨 있는 뱃사람이라면 웬만한 파도쯤은 능히 헤쳐갈 큰 돛
을 가지고있었다.
배엔 네 사람이 타고있었다. 이런 배로 대해를 건널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두 사람과 배의 주인인 두 사람이었다.
"지겹군.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