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우리 가주(家主)가 아둔한 사람이란 네 가지 이유...
우리 가주(家主)는 무척 아둔한 사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생각에 우리 가주는 무척 아둔한 사람
인 것 같다.
가주는 새벽이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백학검법(白鶴劍法)을 열
심히 연무한다.
백학검법은 감숙설가(甘肅楔家)의 비전절기로 전, 후 각 삼초씩
총 여섯 초식의 절정검법이다.
마치 한 마리 백학이 춤을 추는 듯 표홀하고 신비무쌍한 몸놀림
으로 검초를 펼쳐 공수 양면에서 쉽게 상대를 찾을 수 없다고 들었
다. 그런고로 가주이신 백학신검(白鶴神劍) 설사덕(楔使德)은 가문의
절기에 대한 자부심이 거의 광적인 수준이다.
내가 생각해 봐도 백학검법은 정말 우아하고 멋진 검법이었다.
언젠가 밤늦게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종운(宗雲)아저씨가 선반 위
에 감춰놓은 군고구마를 내가 몰래 훔쳐먹고 배탈이 나서 새벽부터 뒷간
을 들락거린 적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도 가주의 백학검법을 목격하게 되었다.
평소 가주의 검법수련은 연공실 안에서 주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날은 서서히 깊어 가는 가을 공기가 너
무 상쾌한 날이었다.
가주 역시 그 가을의 향취(香臭)를 만끽하며 아침 수련을 하고 싶
었던지 칼을 들고 천천히 뜰로 나왔다.
겉옷 하나를 벗어 나무에 걸어놓은 가주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백학검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졸리는 눈으로 가주의 검법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쳐다보았지만 차츰 그 몸놀림과 칼의 움직임이 너무도 경쾌하여 나
도 모르게 그 광경에 몰입하고 말았다.
여섯 조각의 검식이 모두 끝났다.
각각의 검식이 유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확연한 구분이 있었
다.
한바탕 끊이지 않는 춤사위 같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여섯 조각이
이어진 것이었다. 훗날 백학검법은 전, 후 각 삼식으로 된 검법이라
는 것을 종운 아저씨에게 들었을 때 내 눈이 틀리지 않음을 알았다.
한 번의 수련이 끝나고 잠시 호흡을 고른 가주는 다시 한 번 똑 같
은 동작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더욱 확실히 가주의 몸놀림과 칼끝의 움직임을 기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