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章 조우(遭遇)
1
뜨끔!
짜릿한 통증이 종아리 아래쪽으로부터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종아리를 내려다보았다.
햇볕에 그을려 구릿빛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종아리에는 한 가닥 알
록달록한 실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알록달록한 실의 윗부분을 낚아챘다.
씨이잇-!
아가리를 쩍 벌리며 독 오른 소리를 내뱉는 알록달록한 실의 정체
는, 한 마리 뱀이었다. 길이가 한 자를 넘지 않는 이 뱀의 독은 커다
란 물소도 단숨에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지독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도, 당황해하지도 않았다. 그는 엄지손가락으
로 독사의 머리를 세게 눌렀다.
퍽!
독사의 머리는 푸르스름한 체액을 뿜어 내며 힘없이 으스러졌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도를 도집에서 꺼냈다.
무슨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 요사스러운 푸른빛이 도신(刀身)을 타
고 일렁거리는 단도였다.
그는 단도를 으스러진 독사의 목덜미 부분에 갖다 댔다.
단도는 무서울 정도로 예리했다. 단도가 지나가자 독사의 몸은 횡으
로 길게 갈라져 내려갔다.
그는 단도의 끝으로 독사의 뱃속을 헤집었다. 이윽고 그는 손톱 정
도의 크기인 거무죽죽한 쓸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쓸개를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 맛은 지독할 정도로 고약했지
만, 그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쓸개를 씹었다.
침과 섞여 걸쭉해진 쓸개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즈음, 그는 진흙
을 한 움큼 집어 종아리에 난 상처에 대고 문질렀다. 그의 해독법(解
毒法)은 언제나 이렇게 간단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울창한 수림 위로 날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마을을 떠난 지 어느덧 이틀째...
하지만 밀림은 끝없이 길었고, 오란산(烏丹山)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과 맞닿는 곳에 도도한 여왕처럼 앉아 있는 오란산, 그 어
딘가에 그를 기다리고 있을 '흑왕(黑王)'을 찾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