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란(波瀾).
"묻겠다. 지금의 천하가 누구의 천하이냐?"
메마른 음성이다. 광대한 대전엔 여운조차 생기지 않는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장한이 고개를 들었다. 굵직한 이목구
비에 텁수룩한 구레나룻, 장한은 일견하기에 강인함을 떠올리
게 한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당혹과 공포가 뒤섞인 장한의
눈빛으로 인해 이내 지워진다.
"명(明). 대명의 천하입니다."
장한이 주눅든 음성으로 말을 마치자, 태사의에 앉아 한 손
으로 턱을 괴고 있던 남자가 시큰둥한 표정을 내비쳤다.
"그래 그렇겠지. 무불이 뛰어봐야 손바닥이니, 어이 주씨에
비할까. 흐음..."
남자는 말을 멈추고 허공을 쳐다봤다. 대전의 천장에는 푸
름과 붉음으로 조화를 이룬 휘장이 물결치듯 널려 있다. 남자
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死)!"
촤악!
장한의 머리가 수박 쪼개지듯 갈라졌다. 그사이로 날이 시
퍼런 대두도가 반들거렸다. 정확하고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
는 일도(一刀)다. 남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주씨가 좋으면 그곳에서 살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