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낭신의 독백이 끝나자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거대한 감나무는 희미한 오
색의 빛 무리에 쌓이기 시작했다. 나뭇잎 하나 하나가 오색의 영롱한 빛을 발했으며
잎의 수맥에선 물대신 빛이 흐르는 듯하였고, 곧 나뭇잎에서 발하던 은은한 오색의
빛은 다시 작은 크기로 뭉쳐들어 지금은 순 백색의 눈부신 빛 덩어리가 되었다.
[소년아... 이것은 내 천년정화의 일부분이니라. 이것으로 너를 살린다면 나는 다시
삼백년을 기다려야 하겠으나 나에게 삼백년이 그리 긴 세월은 아닌터... 너를 살리는
것은 나의 뜻이되 나머지는 너의 운명이리라...]
작게 뭉쳐진 빛 덩어리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명신을 감싸자 뒷머리에서 흐르던
피는 멈추었고, 상처는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현상의 끝
은 아닌 듯 처음보다 조금 흐려진 빛 덩어리가 명신의 모공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런. 천년지정을 흡수하고 있다니... 너무 많은 정기를 전해준 것인가? 허나 그러
면 또 어떠하리 그것 역시 너의 운명인 것을... 마침 저기 사람들이 오는구나, 그럼
건강하게 자라나거라. 또 다시 삼백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