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비절연(斷臂絶緣)#
모두들 그를 생각한다.
후배들은 추종하고 동료들은 경원하며, 선배들은 두려워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또한 그의 강함을 걱정했다.
결국 그가 무당산을 흔들고 말았다.
명(明) 영락(永樂) 오년(西曆 1777년) 무당산(武當山).
아침부터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그날, 우진궁(遇眞宮)으로 무당의 중추인물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한결같이 걸음한 곳은 무당의 공식적인 대소사가 결정되는 진선전(眞仙殿).
그 진선전 중앙에 한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관도 없는 머리에 도복은 입었으나 흐트러져 있고 검을 매었으나 허리까지 늘어져 있다.
그의 좌우로 모여든 삼십여 명의 도인들이 둘러싸듯이 서 있다.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도인(老道人)들이었으나 출입문 쪽으로는 다섯 명의 젊은 도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무릎 꿇은 사내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라 그 표정을 볼 수 없었으나 서 있는 대부분의 도인들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개중 몇몇의 노도인들의 눈에서는 싸늘한 빛마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 청년 도인들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절절히 넘쳐흐르고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순간이 억겁(億劫)인 양 느껴지는 무거운 중압감만이 실내를 짓누르고 있었음에도, 모든 도인들은 오직 한 사람, 무릎 꿇은 청년의 앞에 마주 선, 노도인의 입만을 바라볼 뿐이다. 화려한 대상화의(太上華依)가 왠지 무겁게 보였다. 노도인의 심정 또한 마찬가지인지 입을 꾹 다문 채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내의 정수리만 바라보고 있다. 노도인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오직 자신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주위의 도인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노도인의 주름 가득한 노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으나 애절한 젊은 도인들의 눈을 제외하고는 별 변함이 없다. 그저 몇몇 노도인들이 고개를 돌려 노도인의 시선을 피할 따름이다.
노도인은 다시 눈 아래의 사내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안 열리는 입을 억지로 열어 힘겹게 말했다.
[운검(雲劍)을 파문(破門)한다.]